작년 하반기 위메이드의 미르 글로벌 4가 글로벌 성과를 거둔 후 국내 게임업계는 P2E(Play to Earn) 시대라고 불릴 만큼 주요 업체들은 블록체인 기술과 P2E 시스템 도입에 총력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 금리인상, 환율 등의 이슈와 루나 코인 사태, FTX파산, 위믹스 상장 폐지등으로 인한 게임 관련 암호화폐 시장의 폭락은 게임 업계의 블록체인 활용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경제적인 이슈와 코인의 가치 등락에 따른 피해는 기존 게임 업계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에, 회사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 또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크립토 윈터중에도 넷마블, 컴투스 그룹, 위메이드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은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과 함께 NFT기반의 신작들을 발표하며 가상 자산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계속적인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을 시도중인 게임 업계의 당면 과제는, 올해 명확하게 드러난 블록체인 기반, 더 나아가 P2E 기반 게임의 문제점들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올해 드러난 이러한 게임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용자들이 대부분 게임 자체보다는 코인의 수익성으로 인해 유입 되었다는 것과, 게임에 대한 평가가 게임성이 아닌 연관 가상 자산의 가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필리핀같은 경우는 직업적으로 P2E을 하는 케이스가 많아졌고, 서구권에서는 물가 대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점에서 게이머들의 외면을 받습니다. 심지어는 기존에 인기가 있던 게임이 P2E 모델로 시스템 전환을 할 때도, 이용자들은 게임이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닌 ‘노동’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P2E 게임은 동남아를 제외하고는 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태입니다.
이번 위믹스의 상장 폐지는 게임 업계에 큰 타격을 가져왔으며, 자체 게임 관련 코인, NFT 발행 후 거래소에 상장하던 기존의 P2E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편, P2E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여 점진적인 블록체인 기술 활용안을 내놓은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른 P2E 게임들 처럼 채굴과 수익을 위한 게임을 만들고 코인을 상장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기존 탄탄한 팬층과 게임성을 가진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을 유지한 상태로 게임내 아이템을 NFT화하여 그 가치를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지난 8일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2(KBW2022)에서 진행된 '어돕션(Adoption) 2022' 컨퍼런스에서 넥슨 관계자는 메이플 스토리 유니버스에 대해 “넥슨이 블록체인에 진출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웹3.0 생태계가 게임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을 줄 것이란 판단” 이며 "지속적인 캐시 플로우를 만들어 나가는데에 블록체인과 NFT를 접목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P2E 시스템의 게임은, 게임사에서 발행한 코인을 통해 게임내 아이템을 거래하고, 현금으로 환전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 한해동안 여실히 드러났듯이 경제상황을 비롯한 외부 요인에도 영향을 많이 받고, 생태계 또한 쉽사리 무너집니다. 현재까지 P2E게임 생태계가 변질된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게임이 출시 된 후, 초반 이용자를 모으기 위해 다량의 코인을 유저들에게 나눠줍니다. 이러한 코인은 신규 유저의 유입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화폐 가치를 하락시켜 게임내 인플레이션을 야기합니다. 물론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들어온 유저의 비율이 높다면, 화폐 가치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수익을 위해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채굴의 독점권을 위해 게임 아이템, 길드 구축에 다량의 코인 투자를 한 후 권력을 갖게 되면 결국 이 게임의 구조는 ‘Pay to Earn (P2E)’로 변질되어 버립니다. 게임내 생태계가 잘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외부요인에 취약한 코인의 특성 또한 게임을 지속적으로 위협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위믹스와 트레저다오(TreasureDAO)를 포함한 주요 P2E 기업들이 시도한 것은 바로 ‘게임 플랫폼’ 시스템입니다. 여러 게임사와 화폐를 통합한 후 각 게임사가 대량의 코인을 주기적으로 매입하고 풀어, 코인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통해 코인의 가치를 유지하기는 굉장히 어려웠으며 위믹스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트레저다오는 플랫폼 시스템 내부의 문제와 해킹등의 사건들로 인해 코인 가치 방어를 실패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두 플랫폼 코인 모두 고점 대비 약 90%의 가치 폭락을 겪었습니다.
이렇게 생태계 유지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는 가운데, 최근 트레저다오의 코인 $MAGIC의 가격이 3주만에 저점 대비 300% 상승하며 반등에 성공하며 P2E 게임 업계에 희망의 불씨를 붙였습니다.
트레저다오의 반등 요인은 바로 신작 게임 더 ‘비콘(The Beacon)'의 출시였습니다. 이 게임은 베타 출시 이후 일주일만에 9,000명 이상의 사용자 유입에 성공하였으며, 뛰어난 게임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베타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은 약 20억원에 달하는 NFT를 구매했으며, 이러한 상승세를 통해 $MAGIC 코인 역시 가치를 인정받아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에 상장을 하는데에 성공했습니다. 트레저다오의 케이스는 다시 한번 게임의 생태계는 게임 자체의 퀄리티와 이를 통해 ‘노동'이 아닌 ‘재미’를 추구하는 게이머를 유입하는 것이 성공 요인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P2E게임 또한 수익 창출의 가능성이 아닌, 게임의 본질인 게임성으로 유저들이 유입되어야 지속가능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 시점 아직 P2E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은 게임회사 입장에서, 블록체인을 어떻게 하여야 가장 안전하게 도입하고 유저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요? 최근 주목 받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블록체인 도입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두 업체는 작년 업계 전반을 휩쓴 큰 붐에도 직접적인 P2E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P2E 시스템에 대해 선을 긋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한 올해 두 업체 모두 코인 발행이나 거래소 상장을 하지 않고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통해 캐릭터 또는 아이템을 NFT화 하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게임사는 유저들이 가진 아이템에 가치를 더해주고, 탈중앙화된 수익, 소유 구조를 통해 게임을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리니지의 경우 이전부터 다양한 루트로 아이템이 현금 거래되었기 때문에 엔씨소프트의 NFT 도입은 P2E와 유사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보여준 블록체인 도입 방식은,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유지하며 유저들에게 지속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제공해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최근 나이키의 닷스우시(.SWOOSH), 구찌의 슈퍼구찌(SUPER GUCCI)등, 오프라인 상품을 온라인으로 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NFT가 사용되어왔습니다. 하지만 게임 업체들에게 있어 NFT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집니다. 바로 온라인을 오프라인으로 재현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게임 공간 내에서 얼마나 좋은 아이템을 얻던, 얼마나 멋지게 캐릭터를 꾸미던 상관 없이 모든 것은 게임 회사의 소유였으며 게임 서비스가 종료될 시 사라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유저들은 게임내 아이템을, 블록체인이 존재하는 한 영원한, ‘게임 밖에서도 존재하는 실제 아이템’으로 가지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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